학습이란 무엇인가? -3편
게시글 주소: https://sex.orbi.kr/00019535790
1편에서 중요했던 말을 또다시 반복해봅시다.
똑같은 유형이고, 똑같은 문제이며, 똑같은 방법을 풀리는 똑같은 생각을 요구하는 풀이인데, 왜 앞에 쉬운 문제는 풀었으면서, 뒤에 어려운 문제는 풀지 못하는가????
제가 이 똑같은 구절을 3번째나 반복하는 이유는, 결국 이 한 문장을 통해서 ‘학습이란 무엇인가’를 설명할 수 있었기 때문입니다.
말씀드린 것처럼 전 삼반수생입니다. 처음 수능을 한번 치고, 재수해서 한번 쳤는데 그때 터져버리고, 2번째 수능점수로 부산대를 걸쳐놓고 삼반수를 했습니다.(제가 부산에서 재수 삼수를 했습니다)
부산대학교에 기초교양 과목 중에서 ‘컴퓨팅 사고’라는 과목이 있습니다. 말 그대로 컴퓨터처럼 생각하는 방법, 컴퓨터를 직접 다루는 게 아니라 컴퓨터처럼 효율적이고 과학적으로 생각하는 방법을 배우는 과목입니다. 전 돌이켜 보았을 때 대학교에서 이 수업이 제일 좋았던 것 같습니다.
(당시 제가 사용했던 교재)
저도 비록 컴퓨터를 자주 쓰는 사람이지만, ‘알고리즘’이라는 단어를 특별히 중요하게 배우거나 사용한 적이 없습니다. 저도 이 수업을 들으면서 처음으로 좀 제대로 된 깊이의 컴퓨터 언어에 대해서 공부하게 되었습니다. 따라서 저 또한 ‘알고리즘’을 비롯한 컴퓨터 용어에 대해서는 문외한이었으며, 특별한 소양이 필요하지 않음을 미리 말씀드립니다.
이제부터 제가 쓰는 용어에 큰 부담감을 갖을 필요 없이, 제가 주장하는 바를 찬찬히 따라오시면 충분히 모두 이해할 수 있을 것입니다.
처음으로 ‘알고리즘’에 대해 배웠을 때, 저는 매우 충격을 먹었습니다. 왜냐? 여태 배운 언어나 기능 중에서 가장 과학적이고 객관적이었기 때문입니다.
우리가 쓰는 언어(자연어)는 추상적이고 애매하고, 정보가 손실되는 내용이 많습니다. 참 아름답다. 정말 예쁘다. 매우 훌륭한 작품이다. 등 사람마다 받아들이는 수준이 달라지고, 문화나 인종, 사회에 따라 그 쓰임새가 다양합니다. 실제로 일상생활의 대화에서도 완벽히 100% 이해하지 못하고 넘어가는 상황도 많으며, 그 때는 맥락을 동원해서 나머지 부분을 채웁니다.
반면 컴퓨터에서 쓰는 언어(기계어)는 매우 과학적이며 객관적이고 정확합니다. 2보다 큰 수가 있으면 A루트를 진행하라, 2보다 작은 수이면 B루트를 진행하라. 이런 식으로 아주 명료하고 현실적입니다. 컴퓨터에게 알고리즘을 입력할 때, 조금이라도 모호하거나 추상적인 부분이 있다면 그 알고리즘은 작동하지 않습니다. 모든 조건과 상황에 대해서 명확한 지시와 기준이 있어야 하고, 그 기준들에 따라 컴퓨터는 작업을 수행합니다.
(당시 필자가 배웠던 알고리즘 중 하나. 명확히 제시된 기준들을 바탕으로 결론이 달라진다)
컴퓨터에게 문제를 푸는 과정은 일련의 알고리즘입니다. 컴퓨터는 제시된 정보를 받는 순간 알고리즘을 시작하여, 기준에 따라 어떤 갈래로 뻗어나갈지 판단을 합니다. 만약 그 기준이 자연어에서 쓰는 것과 비슷하게 추상적이고 부정확하다면 컴퓨터는 일을 수행할 수 없습니다. 알고리즘은 반드시 정확하고 명확하게 기준을 제시하여, 그 이후 어떤 작업을 해야하는지 객관적으로 보여주어야 합니다.
인간에게도 마찬가지로 알고리즘이 존재합니다. 제가 바로 설명하기로 했던 두 번째 용어, ‘시냅스’입니다. 인간의 뇌 속에는 수많은 시냅스 회로들이 존재하며, 그 시냅스 회로들이 어떻게 연결되고 생성되어 있느냐에 따라 우리의 생각과 행동이 결정됩니다. 저는 ‘알고리즘’을 이과적인 표현이라고 생각하고, ‘시냅스’를 문과적(생물학에 좀 더 가까운) 표현이라고 생각합니다. 표현만 다를 뿐이지 이들은 우리에게 똑같은 점을 시사합니다. ‘문제를 해결하는 일련의 과정’
여러분은 어릴 적에 독수리 타법으로 타자를 치던 것이 기억나시나요? 우리가 처음 컴퓨터를 배울 때는 지금처럼 300타가 넘어가는 빠른 속도로 입력하지 못하고, 손가락으로 하나하나 일일이 찾아서 문자를 입력했습니다. 지금은 필자 또한 매우 빠른 속도로, 양손으로 타자를 치고 있습니다. 과거에 비해 어떻게 이런 발전이 가능했던 것일까요?
그것은 바로 여러분과 제 머릿속에 시냅스 회로가 생성되었기 때문입니다. 마치 컴퓨터에 존재하는 알고리즘처럼, 우리 뇌에 생성된 시냅스는 몸과 생각이 일련의 과정에 따라 움직이게끔 명령합니다. 우리가 자주 오랫동안 타자를 양손으로 칠수록, 우리 뇌에는 양손으로 빠르게 타자를 칠 수 있는 시냅스 회로가 생성됩니다. 그리고 그 시냅스 회로를 자주 사용할수록, 시냅스 회로는 더 선명하고 오랫동안 기억에 남으며 더 빨라집니다.
우리가 컴퓨터를 ‘학습’시킨다고 표현합니다. 컴퓨터를 학습시키는 것은 어떻게 이루어집니까? 알고리즘을 입력함으로써 이루어집니다. 컴퓨터가 일련의 알고리즘을 입력받으면, 어떤 문제가 제시되었을 때 알고리즘에 따라 그 문제를 풀어나갑니다.
우리가 어떤 것을 스스로 ‘학습’한다고 표현합니다. 사람을 학습시키는 것은 어떻게 이루어집니까? 뇌 속에 시냅스 회로를 생성함으로써 이루어집니다. 머릿속에 시냅스 회로가 생성되었기 때문에, 어떤 문제 상황이 주어졌을 때 우리는 그 시냅스 회로를 따라 생각하고 행동합니다.
용어 설명이 길었습니다. 제가 굳이 이 ‘알고리즘’과 ‘시냅스’라는 용어를 설명하는 까닭은, 이 두 용어가 곧 학습할 때 핵심적인 역할을 하기 때문입니다.
제 주위 동창이나 후배 중에선 컴퓨터에 종사하는 친구들이 많습니다. 이 친구들에게 제가 쓴 칼럼 ‘학습이란 무엇인가? -1,2편’의 내용을 설명해주면, 이들은 정말 빠르게 제가 말하는 의도를 이해합니다.
이 모습을 보고 저는 ‘학습’이 ‘알고리즘’과 ‘시냅스’와 긴밀하게 연결되어 있다는 인상을 받게 되었습니다. ‘알고리즘’이라는 단어를 사용하여, 2편에서 나온 ‘약수개수 구하기 문제’를 풀지 못하는 중학생을 설명해보겠습니다.
그 중학생은, ‘약수개수 구하기 문제’를 해결하는 일련의 명확하고 뚜렷한 ‘알고리즘’이 머릿속에 없기 때문에 쉬운 문제는 풀면서, 똑같은 유형의 어려운 문제는 풀지 못하는 것이었습니다.
즉 제가 내린 ‘학습’의 정의는 ‘적절하고 명확한 알고리즘(시냅스)을 머릿속에 입력하였느냐?’입니다. 만약 그 중학생이 ‘약수개수 구하기 문제’에 관한 명확한 알고리즘을 머릿속에 학습시켜 두었다면, 큰 숫자가 나오든 작은 숫자가 나오든 매우 일관된 방법과 논리로 문제를 해결할 수 있었을 것입니다.
곧 ‘학습’이란 ‘알고리즘을 세우는 것’이라 할 수 있겠습니다.
결국 제가 처음 제시한 질문을 답할 수 있습니다. 똑같은 유형이고, 똑같은 문제이며, 똑같은 방법을 풀리는 똑같은 생각을 요구하는 풀이인데, 왜 앞에 쉬운 문제는 풀었으면서, 뒤에 어려운 문제는 풀지 못하는가????
답은 “알고리즘을 제대로 세우지 못했기 때문”입니다. 정확한 알고리즘을 세웠다면, 같은 유형이며 같은 방법으로 풀리는 문제를 반드시 풀 수 있었어야 합니다.
0 XDK (+0)
유익한 글을 읽었다면 작성자에게 XDK를 선물하세요.
-
ㅇㅇ
-
후
-
전역시켜줘.. 2
-
불변도 아니고 물변도 아니니깐
-
이화여대(자연계열), 경희대(중간공), 경북대(메디컬 제외 모두가능) 부모님께서...
-
https://colormytree.me/2024/01JFV3S7AT3EDS1AWRRQX4PSHV
-
라이브러리 옆자리사람이 습관적으로 한숨을 크게 쉬세요.... 그거 아니여도...
-
편견을 버리셈 1
오르비는 모솔만 한다? 오르비는 실수만 한다? 오르비는 오타쿠만 한다? 오르비는...
-
트리 끌올 0
https://colormytree.me/2024/01JFMKAXNT3AVCE0GND...
-
고대 변표 2
사탐-> 사과탐통합표준변표 과탐-> 과탐표준변표 그니까 사탐변표를 사탐표준변표...
-
배곺아 2
그치만 엄마가 브리또 해놓고 출근하심
-
이거 의미 있는건가...
-
의료계 주장이 25년 4500 뽑으면 내년 1학년 7500명이 되므로 순차적인...
-
고대변표 0
작년보단 사탐한테 유리하게 바뀐거같은데
-
아오
-
19~23시 알바 이러니까 내가 자꾸 새벽 3시 넘겨서 잠... ㅠㅠ
-
ㅈㄱㄴ
-
저를 영어 2등급으로 만들어버린 부분이에요..ㅎ 9모 98점이어서 방심했더니 수능때...
-
헐
-
해보신 분 있나요? 저는 재수생이고 작년 평균 4등급에서 올해 성적이 광명상가 라인...
-
이브 되자마자 바로 ㄷㄷ
-
모르겟넹
-
교육부 "의대 수시 미충원 정시 이월 제한…법령적으로 어려워" 3
[데일리안 = 허찬영 기자] 교육부는 의료계 일각에서 의대 수시모집 미충원 인원을...
-
그럼 바뀌는게 없는건가
-
올해 마지막날에 가려 했지만 이미 자리가 다 차버려서 어쩔수없이 그때 가게 됐는데
-
내신 2.초중반, 여자 시골 살고 돈 없어서 독학재수해야됨 인강이나 인강교재...
-
고대 떳다 2
ㄹㅇ임
-
좋은 아침 4
이시간에일어난거는오랜만이에요 다들즐거운크리스마스이브보내세요
-
이거 아무리 생각해도 추합 여기까지 안 돌 각인데 진학사는 뭘 믿고 이렇게 널널하게 주는거지
-
출근 3
돈 벌러 가자
-
나중에 다시 보나요? 저는 봤던 지문 또 보면 뭔가 글을 잘 읽어서 정보를...
-
어제 안 씻고 그냥 잠듦
-
이러면 원래 업뎃 시간보다 빨리볼수잇는건가요
-
노베기준 서성한<<<존나 높아보이는데 중경외시<<<<할만해보임
-
트리 끌올...
-
2003년 자토이치보셈 시간순삭될거임 오에스티도좋음
-
내일 카공족님들 10
10시부터 카페와주세요... 너덜트 카페빌린처럼 자리좀 잡아줘요.. 님들이 짱임뇨...
-
문단별로 내용 정리하기,배경지식으로 글의 내용 추측하기,구조도 그리기,읽기 방식을...
-
오늘 남아있는 사람들이 진정한 동료다
-
캬캬 6차 두가자
-
걍 내일 쿠팡 신청할걸
-
첫날에 걍 몰아넣어야지
-
응....
-
중앙대 합격생을 위한 노크선배 꿀팁 [중앙대25][새내기를 위한 학사정보] 0
대학커뮤니티 노크에서 선발한 중앙대 선배가 오르비에 있는 예비 중앙대학생, 중앙대...
-
미적 참전 4
시발점 듣는다
-
난 개고수임뇨
-
이해하는게 만만치 않았어..
-
이건에반뎅 일어나니 이것부터 찾드라 .....???
좋은 글 감사해요~